진시황의 권력을 훔쳐라, 환관 조고의 권력 찬탈기

2020. 7. 1. 03:25




(진나라 통일전 전국시대의 7국)


수백년간 싸움이 그치지 않았던 춘추전국시대.





5개국을 무너뜨린 진(秦)나라의 진왕(秦王) '정(政)'이 마침내 전국시대의 마지막 남은 국가 제나라까지 멸망시키며 천하통일에 성공한다.

이 위대한 공업에 진왕은 자신을 왕보다 높은 황제(皇帝)에 등극함을 선포하니 이로서 중국 최초의 황제 더불어 첫 제국의 탄생을 알렸다. 이때 그의 나이 39세였다.

최초로 천하통일에 성공한 황제의 권력은 인간이 아닌 신에 가까웠으며 역대 모든 중국 황제도 감히 이와 같을 수 없었다.

백전 백승의 장군부터 일개 농민까지 모두의 목숨이 그의 손 안에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꼼짝 할 수 없었으니 황제로서 그의 위엄과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그리고 무엄하게도 이 엄청난 권력을 훔치고자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진나라의 환관 '조고'였다.



(당시 진나라의 법 일부)

당시 뼛속까지 법치를 지향했던 진나라의 법률은 상당히 방대하고 체계적이였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했고 모든 일을 법대로 처리했는데, 특히 첫 통일 제국의 첫 황제가 처리해야할 일들은 상당했다.





그러나 시황제는 폭군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히 유능했고 지독한 워커홀릭이였으니 시대가 대나무로 만든 죽간 문서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하루에 30KG에 달하는 문서를 처리하지않으면 쉬지 않았다.

그리고 조고는 바쁜 시황제에게 꼭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있었다.





바로 진나라의 방대한 법률에 굉장히 능통했던 것인데,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찾듯 조고는 시황제에게 있어 스마트폰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진시황의 신임을 받아 환관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불로장생을 꿈꾸면서도 수 차례 암살 위협을 겪었던 진시황은 누구와도 직접 만나지 않고 조고를 통해서만 내용을 전달을 받았기에 조고의 권한은 진시황의 의심병과 맞물려 조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츰 커져갔다.





도량형, 화폐, 문자의 통일을 비롯하여 대운하, 만리장성 건설 등의 대대적인 국가 정책의 실시로 문화와 경제의 통합을 이뤄내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중국을 만든 시황제는 자신이 만든 거대한 제국을 둘러보고싶었다.

그리고 순행을 통해 위엄을 보여 천하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고싶었다.





이에 엄청난 인력, 재력이 소모되는 순행을 10년 동안 총 5번을 시행하였으나 문제는 5번째 순행 때 생겼다.

순행도중, 폭염과 과로 속에서 시황제의 몸이 점점 안좋아지더니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듯, 자신의 장남 '부소(扶蘇)'에게 보내기위한 서신을 조고에게 받아적게 한다.

* 시황제의 아들 부소는 총명하여 아버지와 중신들로부터 인망이 높았으나 시황제의 '분서갱유' 정책에 간언하다 변방으로 쫓겨나 만리장성 축조 감독일을 맡고있었다.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부소는 *'함양'으로 돌아와 나의 장래를 주관하라'

*함양은 진나라의 수도. 삼국지의 장안지역이며 지금은 시안 지역으로 불린다



(진시황의 사인은 '수은'으로 추정된다. 불로장생을 추구했던 진시황은 수은을 그 약으로 여겼다고한다.)

이후 서신을 다 작성한 조고가 사신에게 건내려는 찰나, 결국 진시황이 병을 못이기고 조그만 수레 안에서 갑작스럽게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 때 서신은 아직 조고에게 있었고, 옥새 담당 업무 역시 조고가 했었기에 옥새 또한 조고에게 있었다.
   
또한 시황제의 죽음을 알고있었던 사람은 순행에서 시황제를 보좌하던 시황제의 열 여덟 번째 아들 '호해',  승상 '이사', 그리고 진시황이 총애하던 5,6 명의 환관들이 전부였다.




더불어 시황제는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도 스무 명의 아들 중에서 그 누구도 정식으로 태자로 임명하지 않았기에 서신이 부소에게 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장남이라지만 부소가 황제가 될 명분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조고는 호해에게 법률을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도 하고있었으니 이는 조고가 모반을 품기 가장 좋은 시기였다.

그러나 시황제가 급사한 이상, 국가의 안정이 먼저이기에 그 누구도 시황제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고 우선은 평상시대로 일을 처리해나갔다.

관리들이 평소처럼 문서를 상주하면 내시들이 재빨리 시황제의 수레에 들어가 결재를 했으며, 식사도 평소처럼 올렸다.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후, 조고는 이제 자신의 엄청난 플랜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그는 먼저 시황제의 아들이자 자신의 제자인 호해에게 찾아가 미끼를 던졌다.




"황제께서 붕어하실때 부소에게만 조서를 남기셨습니다. 만약 부소가 돌아와 황제에 오른다면 황자께서는 한 뼘의 땅도 갖지못합니다. 그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호해가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야하지 않겠습니까? 부황께서 운명하실때 형제들 중 아무도 제후왕에 봉하지 않았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천하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이제 저와 승상 '이사'의 손에 있으니 황자께서는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남의 신하가 되는 것과 남을 신하로 거스리는 것이 어찌 같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엄청난 말에 호해는 경악하며 말했다.




"형을 폐하고 동생을 세우는 일은 의(義)가 아니며 부친의 조서를 받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효(孝)가 아닙니다. 또한 재능이 천박한 자가 다른 사람이 세운 공을 뺴앗는 것 역시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이 세가지 모두 덕에 역행하는 것으로 천하가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몸도 위태로워지고 끝내 나라가 멸망할 것입니다."




"신이 듣기에는 *은(殷)나라의 탕왕과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은 그 군주를 죽였으나 천하는 그들을 위인이라하지 불충하다 하지 않습니다.  무릇 큰일을 하는 자는 작은 일을 돌아보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잃어 반드시 후에 해를 입는 법이며 의심을 주저하시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실겁니다. 황자께서는 제 말을 따르십시오"

*은나라 주나라는 진나라 전의 중국 패권국가로 탕왕과 주왕은 무도한 군주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이 조고의 끈질긴 설득해도 이에 호해 역시 끈질기게 거절하며 이르길,




"지금 황제가 붕어하여 아직 발상도 못해 장레도 못치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요구할 수 있단말이오?"




"때가 떄인만큼 모의를 성사시킬 시간이 부족합니다. 양식을 싣고 오는 말이 시간을 지체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를 두려워할 뿐입니다."

이 조고의 무서운 집념에 호해는 결국 설득당했고, 조고는 다음 모의 대상인 승상 '이사'를 설득하러 간다.


(이사는 군현제를 제안해 통일 진나라를 중앙집권국가로 만들었으며 문자나 화폐의 통일 등 법,행정 부분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이사 역시 제일 밑바닥에서 이를갈며 '초나라 출신'임에도 순수 실력만으로 진나라 승상에 오른 입지 전적의 인물이자 뛰어난 계책으로 진나라의 통일에 기여한 최대 공신 중 한명이였다.

그 역시 진시황의 총애를 받았으며 그의 아들들은 공주와 결혼을하고 그의 딸들은 황자들과 결혼할 정도로 진시황이 그에게 보낸 신뢰는 엄청났다.

조고가 말했다.

 




"황제가 붕어하실때 부소에게만 유서를 남겨 함양으로 돌아와 황제의 자리를 계승하라 하셨으나 아직 유서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지금 황제가 죽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부소에게 보내는 유서와 옥새는 모두 이 조고가 갖고있습니다. 태자를 정하는 일은 승상과 이 조고에게 달려있는데 어찌하시렵니까?"

이사 역시 이 엄청난 발언에 크게 놀라며 말했다.




"어찌 이런 망국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남의 신하된 자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오!"




"승상께서는 '*몽염'과 비교하여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나고 공이 높다 생각하십니까?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패하지 않고 부소와 오래 함께하여 그에게 신뢰를 받는 일, 모두 몽염과 비교하여 누가 더 낫다 생각하십니까?"

*몽염은 진나라의 장군으로 몽씨 일가는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3대에 걸쳐 큰 공을 세운 엄청난 명문가였다. 몽염 역시 제나라를 멸망시키고 흉노족을 격파하여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진나라의 최대 공신이었다. 이후 이민족 침입에 대비해 30만 대군을 이끌어 북쪽에서 만리장성 축조 임무를 맡고 좌천당한 부소와 함께 근무한다.





"내가 몽염보다 못하오. 그런데 어찌하여 대감은 나를 그리 나무라시오?"




"이 조고는 원래 하찮은 일이나하는 내관이였습니다. 다행히 법전을 좀 읽어 진나라 궁전으로 들어가 그 일을 20년간 해오며 지켜본 바, 진나라의 파면된 승상이나 공신들은 2세까지 이르지도 못했음은 물론 그들은 결국 모두 죽었습니다.

승상은 20명의 황자들 중 아무도 알지못하며 부소가 황제에 오르면 분명히 몽염을 승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러면 승상께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채 결국 시골로 쫓겨날 것입니다.

제가 호해 황자를 가르쳐본바, 그가 잘못한 것을 본적이없으며 황자는 성품이 인자하고 선비들을 중하게 여기며 마음은 남을 분별할 수 있을정도로 총명합니다. 가히 황제의 자리를 이을만 합니다. 승상께서는 결심하셔야합니다."

이 엄청난 조고의 언변에도 이사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으니, 이사가 말했다.




"대감은 자리로 돌아가시오, 이 이사는 황제의 명을 받들고 하늘의 뜻을 따라야하겠습니다. 어찌 이런 것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단 말이오."




"안전한 것이 오히려 위태로울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한 것과 위태로운 것을 구분못한다면 어찌 성인의 지혜를 갖췄다 하겠습니까?"




"저는 시골마을 골목에 살던 평민출신으로 돌아가신 황제에게 발탁되는 행운을 얻어 작위는 높아지고 자손 역시 높은 지위를 얻게되었소. 이는 황제께서 진나라의 존망과 안위를 나에게 맡기려는 뜻이오.

그런데 어찌 내가 그 뜻을 받들지 않을 수 있겠소! 무릇 충신은 죽음을피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않으며 남의 신하된자는 각기 그 직분을 지킬 뿐이오. 대감은 그와 같은 말을 삼가고 내게 죄를 짓게하지 마시오."

호해보다 더욱 완강한 이사의 태도였으나 조고는 포기하지 않았으니, 조고가 다시 말했다.




"성인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를 취해 시의를 따르며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돌아갈 곳을 압니다. 세상의 이치는 이처럼 변화무쌍한데 어찌 고정된 법칙만 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바야흐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권력은 호해에게 달려있으며 저는 호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꽃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얼어있는 물이 녹아 만물이 요동칩니다. 이런 것들은 때가되면 일어나는 자연의 법칙인데, 승상께서는 어찌 그 이치를 보지 못하십니까?"




"내가 듣기로 진(晉)나라의 헌공(獻公)이 태자를 바꾸었다가 3대가 혼란스러워졌고 제(濟)나라 환공(桓公)의 아들들은 군주의 자리를 놓고 다투어 형제가 서로 죽였소.

이 모두 하늘의 뜻을 거역해 종묘에 제사를 끊어지게 만들었소. 하물며 이 이사도 그들과같은 사람인데 어찌 대감의 모의에 따르겠소"




"상하가 서로 힘과 마음을 합하면 권세를 오래 지탱할 수 있습니다. 승상께서 저의 계책을 들으신다면 승상의 자식은 제후에 봉해져 대대로 높은 지위에 올라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일임에도 따르지 않는다면 화는 자손에게 미칠 것이며 그 두려운 결과는 끔찍할 것입니다. 처세에 밝은 사람은 화를 복으로 만든다하는데, 승상께서는 어디에 몸을 두시겠습니까?"

결국 조고의 무서운 설득에 철통같았던 이사의 마음 역시 무너졌으니 이사가 크게 한탄하며 말했다.




"홀로 난세를 만나 능히 죽지도못하니 어디에 내 목숨을 맡겨야한단 말인가!"

그렇게 승상 이사도 조고의 의견에 따르기로했으니 조고는 호해에게 이를 알렸다.

이에 세 사람은 모의하여 시황제의 조서를 날조해 호해를 태자로 세우고 이제 가장 큰 정적이 될 수 있는 부소를 제거키위해 시황제를 빙자하여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낸다.




'부소는 몽염과 함께 수십만의 군사를 이끌고 변경에 주둔하기를 10년이 넘었건만 앞으로 전진도 못하고 오히려 수많은 군사들을 잃고 강토도 넓히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러 번 상소를올려 내가하는 말을 비방하며 감찰의 일을 그만두고 태자가 되지 못함을 매일 밤마다 원망한다 하였다. 부소는 불효했으니 이에 칼을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해라.

장군 몽염은 부소와 변경에 거하면서 그가 도모하고 있는 바를 알고있었음에도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했으니 불충을 행했다. 이에 죽음을 내린다'


서신을 읽은 부소는 눈물을 흘리며 자결하려 했으나 같이 명을 받던 몽염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도성밖에 계셔서 태자를 세울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저에게 30만에 달하는 군사를 주어 국경을 지키도록하고 황자를 시켜 이를 감독하게 하심은 천하의 막중한 일입니다.

근데 지금 서신 한 장으로 자살을 명하니 어떻게 그 진위를 알 수 있겠습니까? 다시 용서를 청하신뒤에 죽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사신이 계속 부소에게 자살을 재촉하자 평소 성격이 어질었던 부소가 답했다.




"부친이 아들에게 죽음을 명하셨는데 어찌 다시 청을 할 수 있겠습니까"

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끝내 명을 받들지 않은 몽염을 구금시킨다.





이후 사신이 돌아와 보고하자 세 사람 모두 크게 기뻐했고 이윽고 함양에 도착한 그들은 진시황의 죽음을 발표하고 호해를 *이세황제(二世皇帝)로 세웠다.

*시황제는 자신의 호칭을 최초의 황제라는 의미에서 시황제로 정하였고 그 이후 황제의 호칭을 수를 세어 이세, 삼세 등으로 정하게하였다. 
 
자신의 제자이자 친하던 호해가 황제가 되자 조고의 권력은 더욱 강해졌다.


어느 날, 호해가 조고에게 말했다.




"인생이란 참으로 짧은 순간인데, 내가 천하에 군림하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모든 기쁜 것들을 남김없이 만족하고 종묘를 안정시키고 만백성들을 기쁘게해 천하를 오래토록 향유하고 싶은데 그 방법이 있겠소?"




"그것은 현명한 군주가 행할바이고 우매한 군주가 금하는 바입니다. 신이 청컨대 그 방법에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행한 모의에대해 여러 황자들과 대신들이 모두 의심을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황제의 자리에오른 폐하를 마음속으로 불복하고있어 혹시라도 변란이 일어나 일이 불행하게 끝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소?"




"법을 엄하게하고 형벌을 가혹하게하여 죄를 범한 사람들을 모두 연좌해 멸족시켜야합니다. 또한 대신들을 멸하고 친족들을 멀리하셔야합니다.

또한 가난한 자를 부자로, 비천한 자들을 귀한 신분으로 만드시고 시황제께서 임명한 옛날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고 폐하께서 신임하는 사람들을 임명하여 주변에 두십시오. 이렇게하면 간사한 모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폐하께서는 편안히 하고싶은 것들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이세황제는 조고의 말이 옳다고여겨 법을 바꾸고 대신들과 여러 황자와 공주들에게 죄를 씌워 모두 잔인하게 처형시켰다. 이때 죽은 황자만 20명 공주는 10명에 달했고 그들의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조고와 이세황제의 끔찍한 형벌에 황자들이 느낀 다급함과 두려움이 어땠는지는 황자 '*고(高)'의 상소에서 엿볼 수 있다.

'선제(先帝)께서는 신(臣)이 입궁을하면 음식을 하사하셨고 나가면 수레를 타게하셨습니다. 또한 황제께서 입은 옷을 저에게 선사하셨고 마구간의 명마를 내어주었습니다.

신이 선제를 따라 죽지못함은 아들된 자로서 불효이며 신하된 자로서 불충입니다. 소신은 불충한자이오니 세상에 이름을 세울 수 없어 선제를 따라죽겠습니다. 원컨대 여산에 묻어주시기 바랍니다'


*상소를 쓴 황자 고는 원래 달아나려했으나 가족이 멸족될까 두려워 자살을 택한 것이다.

상소를 본 이세황제는 황자들이 죽는 것이 두려워 감히 모반조차 할 생각을 못한다는 것에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는 황자 고가 죽는 것을 허락하고 10만전의 돈을하사해 장례를 치르게했다.

 





그러나 반란의 마음을 없애기 위해 시행한 가혹한 형벌이 오히려 반란의 마음을 키우고 말았으니, 

형벌이 나날이 가혹해져 군신들은 저마다 위태로움을 느꼈고 대대적인 건축공사로 부세와 노역이 점점 고되자 백성들도 불만을 품기시작했으니 반란의 조짐이 서서히 드러나고있었다.

승상 이사가 이 잘못된 상황에 여러번 조언했으나 이세황제는 듣지않았다. 게다가 1개 군의 태수직을 겸하던 이사의 장남이 결국 대대적으로 터져버린 지역의 반란을 막지못해 오히려 이사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게되었다.





이세황제는 이 일에대해 추궁했고 그래도 충성의 마음을 갖고 나라의 일에 걱정했던 이사조차 이에 두려워하며 차마 자신의 높은 벼슬과 봉록을 버릴 수 없어 결국 자신도 이세황제의 행보에 동의하며 아첨하기해 이른다.

다음은 이사가 아첨하기 위한 상소문의 일부다.

'무릇 어진 군주가 해야할 일은 모든 수단을 다해 신하를 감찰하고 책문하는 방법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밑의 신하들을 엄격하게 감독하고 추궁하면 신하들은 감히 군주의 명을 받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들을 망치고 엄한 집안에는 방자한 하인이 없다하였습니다. 이는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길거리에 재를 버리는 행위에도 형벌을 가했는데 이는 군주가 가벼운 죄라도 널리 다스리게 할 수 있게하기 위함입니다.

가벼운 죄에도 엄격한 형벌을 가했기에 백성들은 감히 죄를 범하지 못하게되었습니다. 고로 감독하고 추궁하는 방법을 알게되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게되고 신하들과 백성들의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해도 감히 변란을 꿈꾸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이세황제는 크게 기뻐하여 신하들을 감독하고 추궁하는 일을 더 엄히 시행하게 되었다.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잘 걷는 관리를 유능한 관리로 여기게 되었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형벌을 받고 죽게되었다.

한편, 권력의 유지를 위해 잠정적 정적들을 모두 제거한 조고였으나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조고는 이전에 개인적인 원한으로 사람을 많이 죽였기에 대신들이 조정에서 자신을 헐뜯는 말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했으니 조고가 이세에게 말했다.




"천자가 존귀한 이유는 사람들이 천자의 소리는 들을 수 있으나 존안을 볼 수 없기 떄문입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아직 어리셔서 모든 일에 정통할 수 없고 오히려 잘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는 대신들에게 폐하의 단점을 보이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폐하의 위신이 떨어질 것이니 따라서 폐하께서는 궁궐 깊이 편히 계시면서 저와 시중드는 자 및 법에 밝은 자들만을 곁에두고 일을 처리하신다면 대신들이 감히 의심스러운 일을 상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이세황제는 조정에 임하지않고 대신들을 피해 궁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진나라의 모든 일은 조고가 검토하고 처리하게되었다.






그렇게 황제의 눈과 귀를 막아 허수아비로 만들며 자신의 권력 유지에 만전을 기한 조고였으나 뜻밖의 걸림돌이 생겼으니 바로 자신과 같이 모의한 승상, 이사였다. 

이사가 자신의 행위에대해 이곳저곳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것을 들은 조고는 한가지 꾀를 낸다.

조고가 이사를 찾아가 나라를 걱정하는 척 말했다.




"도적떼들이 전국에 들끓고 있는데 황제께서는 아방궁을 짓기위해 많은 요역을 징발하시고 유흥에 많은 소비를 하고계십니다. 제가 간해야하는 일이나 지위가 미천해 감히 하지못하고있습니다.

이 일이야말로 승상께서 하셔야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원래 간언하려했으나 황제께서 조정에 임하지않고 궁궐 깊은 곳에만 계시니 말씀드리려해도 할 수 없었소."




"승상께서 정 간하시겠다면 제가 황제께 시간을 내라고 청하겠습니다."





조고는 이세황제의 연회가 열리는 타이밍을 기다린 후, 연회가 시작할 때 전령을 승상부에 보내 이사에게 전했다.

'주상께서 한가하시니 지금 오셔서 청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이에 이사는 궁문에 도착하여 상소할 것이 있다 알리기를 3번이나 청했고 연회를 즐기던 이세황제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매일 한가한 시간이 많았는데 승상은 그떄 오지않고 내가 오랜만에 연회를 여니 왜 이떄 오는 것인가? 승상은 내가 어리다고 깔보는 것인가?" 

이떄 그틈을 타 조고가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옛날 모의할때 승상도 함께했습니다. 지금 폐하꼐서는 황제에 올랐으나 신분은 높아지지 않았으니 승상은 땅을 찢어 왕이되려는 마음을 품고있습니다.

승상의 장남은 태수직을 맡고있으면서도 초나라의 도적떼가 공격해도 승상(이사는 초나라 출신)의 이웃 고을에 살던 자들이라 성만을 지킬 뿐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신이 듣기에는 그들은 서로 문서를 지니고 왕래한다는데,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폐하께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승상은 궁궐 밖에 살고있지만 권세는 폐하보다 막중합니다."





이세황제는 즉시 이사에 대해 심문에 들어가려했으나 최대 공신 이사이기에 즉시 심문을 하기보단 우선, 도적들과 서류를 주고받는지의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조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이사 역시 이 소식을 듣고 황제에게 다시 간하려했으나 이때 황제는 씨름과 희극을 관람 중에 있어서 그러하지 못했다. 

이에 이사는 황제에게 상소를 올려 조고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다음은 상소문의 일부이다.

'옛날 송나라의 재상 '자한'이 몸소 형벌을 집행하며 위세있게 행동하더니 1년이되자, 그 군주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조고는 사악하고 방자한 마음을 품어 하는 일이 마치 송나라의 '자한'과 같습니다.

폐하께서 대비하지 않을 경우, 변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신은 매우 두렵습니다."


그러나 조고를 적극 신뢰하고 있었던 이세황제는 이를 듣지않고 오히려 조고가 이사에게 해를 입을까 두려워 이 사실을 조고에게 알렸다.

조고가 말했다.




"승상이 걱정하는 사람은 이 조고 한 사람뿐이라 오히려 제가 죽으면 승상이 옛날 자한이 행한 일을 저지를 것입니다"

이에 황제는 도리어 이사를 의심하여 조고가 말했던 이사의 모반혐의에 대해 조사케했다.

이사 심문의 총책임자는 조고가 맡았으며 이사는 심문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죄가 없고 또한 세운 공이 많기에 황제가 이 점을 꺠닫고 자신을 사면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순수히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고는 자신의 정치적 걸림돌이 된 이사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이사가 마지막 희망을 갖고 올린 상소문마저도 황제에게 올리기 전에 폐기처리시켰으며 이사가 순수히 죄상을 고하지 않자 모진 고문을 가하기 이른다.

 

결국 조고가 몽둥이로 천여대를 떄리게하자 고통을 참지못해 거짓 자백을 하고 조고는 이사의 거짓진술을 황제에게 보고했다.

그렇게 최초의 천하통일에 기여하여 최초의 제국을 탄생시킨 일등공신 이사는 사형에 쳐하게된다.

이사가 형 집행을 위해 옥을 나올때 그와 같이 갇혀있었던 둘째 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너와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사냥개를 데리고 토끼사냥을 하려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게되었구나!"

이사 부자는 같이 통곡했고 결국 함양의 길거리에서 요참형(허리를 잘라 죽이는 형벌)에 쳐해지고 그의 삼족은 멸족당한다...

이사가 죽은 후, 다음 승상의 후계자로 조고가 임명되었고 이에 진나라의 크고 작은 일 모두가 조고를 거치게되었다.




승상의 지위까지 오른 조고는 한편, 반란을 일으켜볼까하는 마음에 자신의 편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자 어느 날, 대신들 앞에서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한다.




"이것은 말입니다"




"승상은 잘못 알고있는게 아니오? 이것이 어떻게 말이란 말이오?"

이 어이없는 상황에 황제는 자신이 잘못봤나 싶어 측근들에게 다시 한번 물으니, 누구는 사실대로 사슴이라하고 또 누구는 조고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말이라하였다.

그리고 조고는 사슴이라 한 자들을 몰래 기억해두었다가 그들에게 죄를 씌어 모조리 죽이거나 추방하니 모든 군신들이 그를 더욱 두려워하였다.





그렇게 조고가 진나라 내부를 파멸시키는 동안 밖에서는 반란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믿었던 명장 '장한'마저 '항우'에게 참패하고 옛날 6국에서는 제각기 왕손을 찾아 다시 왕으로 옹립하여 부흥운동이 일어났고 그렇게 진나라는 다시 쪼개지고있었다.



(초나라 반군, 유방과 항우의 진격로)

마침내 '유방'이 수 만명을 이끌고 함양 코앞에 당도하여 조고에게 연락을 취하니, 조고는 이 사실을 접한 황제가 반란 진압의 책임을 물을까 두려워 집안에 숨어버리고,

역시나 반란군이 수도 코앞에 당도했다는 사실을 접한 황제가 조고에게 책임을 추궁하니 궁지에 몰린 조고는 마침내 황제를 교체할 생각을 품게된다.

이에 함양의 장관이자 자신의 사위 '염락'을 불러 말했다.




"황제는 나의 간언을 듣지않다가 지금 일이 급하게되자 모든 화를 우리 집안에 뒤집어 씌우려한다. 내가 황제를 교체하여 황실의 가족 중 '영(嬰)'을 옹립하려 하는데, 영은 어질고 검소하여 백성들이 그의 말을 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이 실행되었다. 먼저 황제가 있는 궁궐안의 관리를 매수해 안에서 호응케하고 염락에게는 거짓으로 수 많은 도적이 궁궐로 쳐들어왔다고 떠들어대며 군사를 출동시키게했다.

혹시나 염락이 배반할 것을 우려해 염락의 모친까지 볼모로 잡은 치밀한 계획이였다.

염락은 이에 군사 천여명을 이끌고 궁문을지키는 위병을 포박하고 그들에게 말했다.




"도적이 쳐들어왔는데 어찌 하여 막지않는가?"




"궁궐을 수비하기위해 경비를 삼엄하게 지키고있는데 어찌 감히 도적이 들어올 수 있단말이오?"

염락은 즉시 그들을 죽이고 단숨에 황제가 있는 방까지 들어갔다. 황제의 측근들은 모두 두려워 감히 대항할 수 없었다.

염락은 황제에게 다가가 그의 죄에대해 고했다.




"그대는 교만한 마음으로 자기 멋대로 정사를 처리해 무도하게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천하가 그대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그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기 바랍니다."




"승상을 한 번 만나 볼 수 있는가?"




"그럴 수 없습니다."




"내가 원컨대 한개 군(郡)의 왕으로 물러 앉고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진나라는 전국을 36개 군으로 나눴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만호후는 어떠한가?" (만호후는 일만 집을 다스리는 작위를 뜻한다.)

염락은 이 또한 허락치않았고 황제는 또 다시 말을했다.




"원컨대 처자를 데리고 일반 백성으로 살고싶다."




"신은 승상으로부터 천하를 위해 그대를 죽이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대가 비록 많은 말을 할지라도 나는 감히 승상에게 그대의 죽음을 보고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이세황제는 자신의 형 부소가 그랬던 것처럼 자살을 택하니 무소불위 권력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조고는 여러 대신들과 황실 가족들을 불러 이세황제의 죄를 물어 주살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다시 이어 말하길,




"우리 진나라는 원래 왕(王)국이였는데 시황제께서 천하의 주인이되어 제(帝)국을 칭하셨소. 이제 다시 나머지 여섯 국가가 독립했으니 실제와 맞지않는 황제의 호칭은 옳지않소.

마땅히 다시 옛날처럼 왕국으로 돌아가야할 것이오."





이는 진나라를 다시 왕국으로 만들어 부흥운동을 일으키는 6국의 독립을 인정해 진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잠재우기 위함이였다. 

그리고 새 왕국의 군주로 '영'을 진왕(秦王)으로 추대했으며 이세황제의 장례는 일반 평민처럼 치렀다.

한편, 이미 조고는 진나라로 치고들어오는 초나라의 반군 '유방'에게 서로 진나라를 나눠가져 각자가 왕이 되자고 요청한 상황이었다.

진왕 역시 조고의 꿍꿍이를 알아챘고 두 아들을 불러 말했다.




"승상 조고는 이세황제를 살해하였으며 대신들이 자기를 죽일까두려워 거짓으로 의로운 척 나를 옹립했다. 내가 듣기로는 조고는 초나라(유방)와 협약을 맺어 진나라의 왕족을 멸하고 진나라의 왕이 될 것이라 들었다.

내가 병을 핑계로 정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고는 틀림없이 이곳으로 올터이니 오는 즉시 죽여버리도록 해라"

새롭게 국가 시스템과 군주가 바뀐 진나라에서 조고 자신이 앞으로 다시 권력유지의 정당성을 찾기위해서는 진왕의 참여가 필수였으나,

진왕은 병을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고 조고는 여러차례 사람을 불렀으나 그래도 오지않자 조고는 과연 자신이 직접 찾아갔다.




이에 진왕은 숨겨둔 군사들로 조고와 그 가신들, 조고의 삼족을 멸했으며 이 사실을 함양에 널리알렸다.

힘겹게 진나라의 내부정리를 다시 꺠끗이하여 새로운 정치를 펴려한 진왕이었으나 떄는 이미 많이 늦었다.





애초부터 조고의 요청을 속임수라 생각하여 진군을 계속한 유방이 끝내 진나라 군을 크게 무찌르니 더 이상 국가를 지킬 수 없게되자 진왕은 스스로 옥새에 달린 끈을 목에매고 유방에게 항복한다.

그가 즉위한지 단 46일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후 들어온 반군의 대장인 항우가 진왕과 진나라 왕족들을 처형하니 최초의 제국 진나라는 통일한지 15년만에 허무하리 만큼 멸망했다,

그렇게 권력에 미친 환관의 끝모르는 탐욕의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은 물론 자신 가문까지 멸족시킨 것도 모자라 끝내 제국을 무너뜨렸으니 참으로 덧없는 것이었다.

이상 역사상 가장 무엄하고 대범한, 권력에 미친 환관의 이야기를 마칠게. 읽어줘서 고마워! 

하마를넣는법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