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에 관하여

2020. 7. 23.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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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란 의학적으로 죽었다는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체험이다.

플라톤(Plato)의 "국가"에도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임사 체험자는 있었다.

다만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꿈이나 환각이라고 일축하고 귀 기울여 주지 않았을 뿐이다.


진짜로 자기가 그런 체험을 했다고 우기다가는 죽었다가 살아나더니 미쳐버렸다고 정신질환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주위의 야릇한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운 임사체험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임사체험이란 것이 일시적인 화제 거리는 되었지만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리곤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학문적인 연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결국 임사체험이란 통속잡지나 흥미 본위의 삼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사체험을 이야기하는 환자들은 많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의사들은 환각이나 꿈을 꾸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다시는 입에 담지도 못하게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비슷한 체험을 말하는 환자들이 거듭되자 그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궁금해 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1천만부 이상 팔린 “Life after life"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사회분위기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었다가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사회통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두가 임사체험을 연구 주제로 삼는다는 것에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과학과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임사체험에 연구비를 선뜻 지원할 단체는 어디도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임사체험을 대놓고 연구한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생명을 스스로 단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위대한 선구자가 있기 마련이다. 바로 레이몬드 무디(Raymond Moody) 박사였다. 그가 1백50여명의 임사 체험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임사 체험에 직접 메스를 댄 “삶 뒤의 삶(life after life)”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전 세계 각 국에서 1천만 부 이상이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줌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임사체험자들에게는 자기만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고 또 자기가 미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또한 임사 체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커다란 자극과 용기를 주기도 했다.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세이봄(Sabom, M.)박사처럼 이 책을 읽고 임사 체험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 사람들도 많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임사체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임사체험자들은 가치관이 180도 바뀐다


가치관 연구자인 내가 임사체험연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임사 체험자들이 보여주는 극적일 정도의 가치관 변화이다. 그 가치관의 변화란 것도 가치관이 완전히 180도 바뀌는 브레이크 쓰루(break-through)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의 5단계설로 유명한 매슬로우(Maslow, A.)가 말한 자기실현한 사람들 수준의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해버린다.


보통 말하듯이 임사체험을 환각이나 꿈으로 본다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가 없다. 다들 알듯이 사람의 행동이 바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한 행동이 환각에 의해서 180도 변화한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임사체험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임사체험에는 무엇인가 실체가 있다는 실체설과, 임사체험은 뇌가 만들어낸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뇌내현상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실 사회심리학은 임사 체험이 사실이냐 환각이냐의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전혀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관심이 있는 것은 임사 체험이라는 정보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그러한 정보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실생활과 연결이 되어있느냐에 관심이 있다.


이것은 혈액형의 연구에 사회심리학이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혈액형의 성격론이 맞느냐 틀리느냐 여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다만 혈액형 성격론과 같은 정보를 사람들이 어떻게 수용, 해석해서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있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에서의 임사체험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그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을 그토록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맞추어져 있다. 



레이먼드 무디 박사는 임사 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체험을 11가지로 분류했다.


(1)체험내용의 표현불가성

체험자들은 모두 “ineffable(말로 표현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쓴다. 필설로 다할 수 없다는 표현은 임사체험만이 아니라 신비적 체험 전체에 해당된다.


(2)사망의 선고를 듣는다

일단 의학적으로는 죽음의 판정을 받는다.


(3)마음의 평안과 정적

대개의 임사 체험자들은 중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죽기 전까지는 극도의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데 죽음과 동시에 모든 고통은 사라지고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한다


(4)이상한 소음

임사 체험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큰 소리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많지만 후속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5)어두운 터널

블랙홀과 같은 터널이 나타난다. 보통 움직임과 가속이 붙는 느낌을 동반하며 터널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6)체외이탈

육체를 빠져 나와 허공을 떠돈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육체를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자기자신의 육체에 대한 흥미는 거의 없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말 또한 들을 수 있다.


(7)다른 사람과 만난다

부모나 친척과 같이 가까운 사람이나 어떤 존재의 영접을 받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종교적인 인물과 조우한다. 대화가 이어지며 정보나 메시지가 주어지기도 한다.


(8)빛을 본다

어둠 끝에 있는 빛에 접근하거나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 빛은 온화하고 대단히 강렬하지만 눈이 부시지는 않다고 한다. 그 빛을 보면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9)인생 회고

방금 마친 인생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혹은 그와 반대의 순서로 보여진다.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생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배우지 못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살아서 잘못한 행동을 보게 될 때는 강렬한 후회감이 엄습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존재들이 평가에 참여하거나 조언을 주기도 한다.


(10)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이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는다.


(11)생환

다시 살아난 것에 실망한다. 자신의 육체로 돌아오면 더 이상 '저승'에 있지 않음에 불쾌해하고, 심지어는 분노하거나 눈물까지 보이는 사람도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라앉거나 완전히 사라진다.


모든 임사체험자가 이와 같은 11가지 모두를 겪는 것은 아니다. 가령 터널만 하더라도 일본의 임사체험자들은 터널체험을 한 사람들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일본의 전통적 죽음인 삼도천을 건너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임사체험을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가 없어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산발적으로 접했던 체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에도 강을 건넌다는 사례가 꽤 있다.


임사체험자의 대표적인 체험을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일단 체외이탈을 한다. 그리고 의사와 간호원들이 자기를 소생시키려 노력하는 것을 본다. 그 후 어떤 힘에 이끌려 터널을 빠른 속으로 통과해 터널 끝에 있는 빛의 존재와 만난다. 이 존재는 조부모나 부모와 같은 자신의 친척일 수도 종교상의 성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거기서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일생을 파노라마식으로 회고한다. 인생의 목적을 깨닫고 무엇을 이루었고 또 이루지 못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는 소리를 듣고 엄청나게 실망하며 돌아오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임사체험의 예이다.


사실 무디 박사는 책을 발간한 후 수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 책은 연구가 아니라 에피소드모음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에 관하여 통계적인 처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 코네티컷대학의 케네스 링(Kenneth Ring) 같은 사람들은 임사체험을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주요 임사 체험 지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사 체험에 관한 연구는 초기에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심장외과 의사들이 그 몫을 담당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의 발달로 심장 외과 의사들이 임사 체험을 겪은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임사 체험자들이 보여주는 삶의 변화에 관해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를 한 사람은 케네스 링교수이다.

링은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어 임사 체험을 겪은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여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의 조사에는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42개 항목을 이용하여 조사했다 (응답자 26명).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임사체험자들은 정신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느냐는 물음에 무려 84.6%가 크게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인간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고차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96.2%에 달했으며 사후의 삶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늘어났다는 사람도 92.3%로 거의 모두가 사후의 삶을 확신하고 있었다.


가치관에서의 변화도 아주 두드러졌다. 모든 것을 공평하게 대하는 보편주의와 관련된 항목에 동의하는 응답치가 대단히 높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아주 평범한 사건 하나하나를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88.5%,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는 사람도 88.5%나 되었다.


타인에 대한 관계나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임사 체험자들이 보여 준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늘어났다는 사람은 88.8%였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증가했다는 사람도 96.2%에 달했다. 또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태도가 증가했다는 사람은 84.6%,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이 증가했다는 사람도 84.6%에 달했다.


임사 체험 후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그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격증했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으로 이어져 실생활에서도 남을 도우려는 태도로 나타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임사 체험자들은 인간관계에서 아무 대가없이 남을 돕는다는 식의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것이 타인의 생각을 의식하거나 남에게 잘 보이려는 태도였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는 사람은 42.3%로, 늘어났다는 사람의 23.1%보다 배에 이르고 있었다. 그 결과 임사체험자들은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전혀 개의치 않게 되었다.


가치관에서 가장 뚜렷한 경향은 물질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생활의 물질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사람은 73.1%였지만 늘어났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생에서 물질적 성공을 거두는 것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였다. 줄어들었다는 사람은 50%로 절반 수준이었지만 늘어났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회고적 접근법과 전망적 접근법


케네스 링의 연구 방법을 보통 회고적 접근법(retrosocetive approach)이라고 부른다.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을 수소문이나 신문광고를 통하여 모집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다. 회고적 접근법에서 임사 체험자와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것은 대개 그들이 임사체험을 경험한 후 5-10년이 경과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들이 임사 체험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 내용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임사 체험과 관련된 생리학적, 약학적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


요즈음은 회고적 접근법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병원에서 소생한 사람들을 찾아 소생한 1주일 이내에 그들에게 직접 임사 체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취해지고 있다. 이것을 전망적 접근법(prospective approach)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방법의 연구로는 가장 유명한 것이 네덜란드의 심장외과 의사 핌 반 롬멜( Pim van Rommel)의 연구이다. 이 연구는 13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핌 반 롬멜은 네덜란드의 10개 병원에서 임사체험자를 직접 찾아냈다. 일단 심폐소생술이 성공한 환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소생 후 1주일 이내에 환자에게 직접 임사체험 여부를 물어보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롬멜은 심장이 완전 정지했다가 다시 살아난 3백44명을 조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소생한 환자들의 18%로부터 임사체험을 겪었다는 보고를 얻었다. 임사체험 경험자의 35%는 터널을 통과해 저쪽 세상의 광경을 보았다. 또 25%는 신체를 이탈하는 경험을 했고 13%는 인생을 파노라마식으로 회고하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2001년 영국의 권위 있는 임상 의학지인 “랜싯(Lancet)"에 게재되었다.


임사체험의 영향은 삶 내내 계속된다


롬멜의 연구에서는 임사체험자들이 보여주는 삶의 변화도 추적 조사했다. 소생 후 2년과 8년이 되는 시점에서 인터뷰가 다시 이루어져 그들의 삶이 얼마나 변해있는가를 밝히려 했다.


또한 비교를 위해 소생은 했으나 임사체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추적조사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들 역시 소생후 2년과 8년이 되는 시점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항목

2년후 추적조사

8년후 추적조사

NDE

no-NDE

NDE

no-NDE

사회적 태도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다

다른 사람에 대한 수용

보다 많은 사랑과 동정

타인에 대한 이해

가족과의 친밀도

42

42

52

36

47

16

16

25

8

33

78

78

68

73

78

58

41

50

75

58

종교적인 태도

삶의 목적을 안다

인생의 내적 의미를 안다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

52

52

15

33

25

-8

57

57

42

66

25

-41

죽음에 대한 태도

죽음에 대한 공포감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47

36

-16

16

-63

42

-41

16

기타

인생의 의미에 대한 관심

자신에 대한 이해

일상적인 일에 대한 감사

52

58

78

33

8

41

89

63

84

66

58

50



표는 두 그룹의 2년 후와 8년후 시점의 삶의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NDE는 임사체험 경험자,no-NDE는 소생은 했지만 임사체험을 겪지 않은 사람)

NDE와 no-NDE의 극명한 차이는 2년 후의 추적조사 결과에 나타난다. 특히 사회적 태도부문에서 양자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한마디로 NDE는 타인에 대해 관용적이면서 수용적으로 되는 것이다. 그것은 8년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결과는 임사체험이 일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은 일생 내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이와 비슷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고 또 지금도 진행 중인 것들도 몇가지 존재한다. 임파르니아(Parnia)의 2001년 연구, 슈바닝거(Schwaninger)의 2002년 연구, 그레이슨(Greyson)의 2003년 연구가 유명하다.


임사체험의 실체를 두고 수 십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임사체험을 뇌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만 보려는 뇌내현상설과 임사 체험에는 실체가 있다는 현실 체험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거듭되고 있다.


뇌내 현상설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1단계로 질병, 부상, 심정지 등에 의하여 생리학적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뇌의 혈류가 저하하여, 뇌를 저 산소 상태에 빠뜨리며 청각신경세포에 이상 방전이 일어난다. 이것이 임사체험 때 들리는 기묘한 소리나 소음의 원인이라고 뇌내 현상설 옹호자들은 주장한다.


2단계에서는 스트레스와 저 산소 상태로부터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된다. 그 결과 감각의 변화와 심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이 단계에서 엔돌핀이 대량 방출되어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고 행복한 기분이 들게 된다고 한다,


3단계에서는 뇌내 화학물질간의 균형 변화, 혈류 저하, 저 산소 상태 때문에 측두엽과 대뇌변연계에 발작이 일어난다. 그 결과 대뇌 변연계의 기억 검색 장치가 기능부전에 빠진다. 이런 까닭에 임사체험자들은 과거의 경험이 파노라마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측두엽 발작 때문에 체외 이탈 등의 환각이 일어난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측두엽의 발작에 의한 방전형상이 뇌내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시각을 관장하는 후두엽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그 때문에 임사체험자는 눈부신 빛을 보게 된다고 뇌내 현상설은 설명한다.


아직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뇌내 현상설은 얼뜻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여기 든 주장 하나하나에 대해 반박이 가능하다. 실체 체험설의 옹호자들은 뇌내 현상설이 임사체험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해줄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영국 모리스톤 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13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르토리(Sartori)박사는 5년간에 걸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확히 했다. 현재의 의식에 관한 과학적인 관점을 고려해볼 때 임사체험이 신경학적 과정의 부산물이라는 입장은 설명되지 않는다. 뇌사의 상태에서도 분명하고 명석한 체험을 한다는 사실은 현재의 과학적인 신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실체 체험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체험설 역시 구체적인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실제 체험설이 가진 최대의 약점은 경험은 많은데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반박할 수 없는 체험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주관적 체험일 뿐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다치바나(立隆)는 “임사체험”에서 수많은 인터뷰와 문헌연구를 통해 뇌내 현상설과 현실 체험설 모두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어느 한쪽을 압도할 만한 설명을 양쪽 모두 갖고 있지 못하니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임사체험자의 경험이 실제이든 환각이든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면 뇌내 현상설이면 어떻고 현실 체험설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다치바나의 “임사체험”이 발간된 이후 현실체험설의 손을 들어주는 케이스가 나타나고 있다. 심장외과의 마이클 세이봄(Michael Sabom) 박사가 1998년에 발간 된 그의 책 “빛과 죽음(Life and Death)”에 소개한 팸 레이놀즈(Pam Reynolds)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팸 레이놀즈는 뇌 동맥류로 고생하던 환자였다. 동맥류란 뇌동맥에 생긴 혹을 말한다. 동맥류의 위치와 크기가 통상적인 수술로는 제거하기가 어렵다고 보였다. 그래서 저체온 심정지(hypodermic cardiac arrest)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수술법이 아니고서는 생명을 건질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수술법은 환자의 체온을 섭씨 15도 정도로 낮추어 심장박동과 호흡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이 수술과정에서는 뇌파는 직선을 그리고 머리 부분의 혈액은 완전히 뽑아낸다. 속된 말로 하자면 완전히 죽여 놓은 후에 수술을 하는 것이다.


뇌사를 판정하는 임상적 테스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뇌파를 측정하는 EEG가 완전히 직선을 긋는 것이다. 이것은 뇌의 가장 바깥부분인 대뇌 피질이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뇌의 가장 아랫 부분인 뇌간의 반사가 없어야한다. 마지막으로 뇌로 혈액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팸 레이놀즈의 경우, 이 세 가지 조건 모두를 만족시켰다. 완전한 뇌사 상태였다는 말이 된다.


팸의 모든 신체적 기능이 정지하자 의사는 외과용 톱으로 그녀의 두개골을 절개했다. 이 때 팸은 신체에서 이탈해 수술대위의 공중을 맴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수술에 몰두하고 있는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녀에게는 전동 칫솔처럼 보인 외과용 톱을 가지고 두개골을 절개하는 것을 보았다. 팸은 이때 간호원이 그녀의 정맥과 동맥이 너무 가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수술실을 나가 전형적인 임사체험을 겪었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빛의 존재를 만나고, 파노라마식의 인생회고를 하고....


수술 후 팸은 수술동안 자기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수술실의 전경과 수술실의 장치들, 수술하는 모습. 모두 사실과 일치했다. 외과용 톱을 그리기도 하였는데 실제의 톱과 똑같았다. 그녀는 이 외과용 톱을 볼 수도 없었고 본 적도 물론 없었다. 이런 종류의 톱은 보통 사람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케이스는 뇌내현상설로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환각을 보려고 해도 뇌는 기능하고 있어야 한다. 뇌가 죽은 상태에서 환각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둔 대립은 여전히 진행중


물론 이런 케이스가 나타났다고 해서 실제 체험설이 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사회의 통념이란 그렇게 강하고 굳센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초상현상이라면 안 낄 때 낄 때 안 가리고 끼어드는 회의론자(skeptics)들이 이 케이스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묘하다.


네덜란드의 심장외과의 핌 반 롬멜이 소개하는 케이스도 흥미롭다. 한 남성이 혼수상태로 심폐소생실로 실려 왔다. 모든 심폐소생술이 총동원되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뇌의 기능은 정지했고 뇌파계에는 일직선으로 뻗은 선이 계속되었다. 의사들은 기관에 튜브를 넣어 호흡을 보조하는 기관내 삽관을 실시했다. 이 때 환자가 하고 있는 틀니가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틀니를 빼고 나서 튜브를 삽입해 소생처치를 계속했다. 1시간 후 환자의 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소생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환자가 간호부에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틀니를 돌려줄 때가 되었는데...그 때 카트의 서랍에 넣어 두었잖아?“


틀니를 카트의 서랍에 넣어두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심폐소생 처치 시에 그의 뇌는 정지해있었을 터였다. 간호사가 의아해하며 어떻게 알았느냐고 문자,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순간을 위에서 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폐소생실의 모습과 의사들의 처치에 대하여 그는 세세하게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위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의사들이 자신의 소생을 포기하지 않을까 겁이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했다고까지 말했다.


뇌사상태에서의 임사체험은 뇌와 마음의 관계라는 그리이스 시대로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간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의문점을 던져준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뇌과학에서 뇌와 의식이라는 문제에 관해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뇌 과학에서는 의식이란 뇌의 작용의 산물일 뿐이라고 보고 있는 입장이 주류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갈 지는 아직은 모른다. 연구들이 거듭되다 보면 잘하면 10년 안에 뇌와 의식의 문제를 풀 단서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마를넣는법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