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건축에 대한 정보

2020. 7. 1. 04:15



한옥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건축은


재료적으로는 돌로 기단을 놓고,




나무로 전체적인 뼈대를 짜고,




흙과 대나무 및 새끼줄로 뼈대사이를 매워 벽을 만들고,


(새낏줄과 수수대가 기둥과 기둥사이의 흙을 고정해줄 골조역할을 한다.)

 

(흙을 덧댄 모습)



(마지막으로 흰색 회반죽으로 마무리를 한 모습)


그리고 흙을 구워 만든 기와를 지붕위에 올림으로서 마무리되었다.


(숭례문 재건 때 지붕위에 올려지는 기와들)


그런데 나무와 흙, 그리고 기와라는 재료는


한반도에서 뿐만이 아니고 


전세계 어디든 건축이 시작된 곳에서는 발견되는 매우 흔한 재료이긴하다.


(흙으로 구운 기와를 올린 이탈리아의 건축물)



그렇다면 구조적으로 한옥을 알아보자.



한옥은 구조적으로는 "대량식"이란 형태로 지어지는데,

동양건축에 대해 ARABOZA - 열도 편 | 일베-일간베스트 | 일베저장소
이 대량식 구조에 대해서는 저번 일본 건축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간단히만 말하겠음.


대량식 구조에서는 기반 위에 세로로 기둥이 올라가고


그 기둥들을 가로로 연결해주는 들보라는 목재가 또 올라간다.


그리고 그 위에 서까래를 올려서 ㅅ모양의 지붕을 완성시킨다.



(지금은 사라진 로마의 건축물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 여기서도 대량식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사실 기둥과 지붕이란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간단한 건축구조기때문에


이 역시 한반도 뿐만이 아니라 동서양 전체에서 나타나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반도 건축을 대륙 혹은 열도 건축과 구분짓는 큰 특징들은 무엇일까?


일단 먼저 정리를 해보자면


한반도의 목수들은 "시점 (point of view)"에 매우 민감했다.



유명한 시점 왜곡 그림인데, 동심원에 직선을 겹치면 선이 중앙을 향해 굴곡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착각은 동심원이 없는 경우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물체를 볼때에도 종종 일어난다.


 
한반도 건축은 이 착각에 특히 민감했기에,


한반도의 목수들은 착각을 일으키는 장소에는 대항하고


어떤 장소에는 이 착각을 이용하여


건물을 굿어하는 선과 윤곽을 아름답고 균형잡혀보이도록 추구해왔다.





(고대 한반도 건축의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낸 고려시대의 부석사 무량수전)



그럼 그 세부적인 특징을 파보도록하자.




1. 완만하면서도 날렵한 처마곡선 


(북촌 한옥마을. 처마의 곡선은 궁궐, 사찰, 민간 건축에 이르러 왕이 사는곳부터 일반 백성의 집까지 보여진다)


(도쿄 센소지. 처마 끝에서만 살짝 들려올려진 곡률은 동아시아 3국중에 가장 차분하다)


(상해 예원. 중국 남부 건축의 큰 특징은 처마의 곡률이 매우 심하다는 것)






처마에 곡선을 주는 것은 서양 건축에서는 보기 어려운


동아시아 건축의 특징이자, 그 중 한반도 건축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 처마 곡선이 단순히 예찬만 하고 넘어갈정도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반도 건축의 특징이므로 알아보도록하자.





처마에 곡선을 주는 것은 각별한 노력을 요한다.


한옥 처마엔 부연과 서까래라는 자재가 들어가는데,





 부연은 윗 사진의 네모진 나무막대이고 서까래는 그 아래의 동그란 목재다.


이 부연과 서까래는 처마위로 길게 뻗어 비와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한반도 건축의 지붕이 양끝으로 갈수록 하늘을 향해 완만한 곡선을 유지하는 것은 


 부연과 서까래 사이에 평고대라는 수평재 덕분이다. (윗 사진의 빨간 곡선)




(빨간 선으로 하이라이트 된부분이 휘어진 평고대. 그 아래는 휘어진 평고대를 따라 고정된 서까래)



평고재를 적당히 휘게 하여 양 끝이 하늘을 향하는 곡선을 만들고


부연과 서까래들을 평고대에 고정해가면서 처마의 전체 곡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서까래들은 지붕의 가운데 부분에서는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되지만


처마의 끝으로 갈수록 마치 부챗살처럼 펼쳐져서 네 모서리에 설치하는 추녀에 연결된다.



지붕 가운데의 서까래들은 일정한 간격이지만 가장자리 추녀로 갈수록 촘촘해지면서 부채꼴을 형성한다.


이러한 기법을 선자연, 혹은 부챗살서까래라고 부른다.


선자연기법은 추녀쪽으로 갈수록 안쪽의 굵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간격도 미세하게 벌어지게하여 자연스럽게 추녀에 연결되는 것이 생명인데,


이것을 제대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경륜이 필요하다.



(추녀에 가까운 서까래 일수록 안쪽이 촘촘해지면서 부채꼴 모양을 만든다)


이 선자연 기법 역시 처마의 날렵한 곡선을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다.



이 선자연 기법은 대륙에서 시작되었다고 여겨지는데


사실 선자연 지붕을 만드는데 너무나도 까다롭고 오래걸리기에


시간이 흘러 이 기법은 대륙과 열도에서는 사라지고 한반도에서만 남아 


한반도 건축의 특징이 되었다.



(왼쪽의 선자연이 한옥에 남아있는 형태. 대륙은 마족연, 열도는 평연이 주를 이룬다)


반면에 열도에서는 시공상의 간편함을 이유로 평연이 발달했는데


평연은 그저 추녀에 서까개를 일렬로 쭉 늘어놓기만 하면 되기에 매우 간편하고 시공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교토 니시혼간지의 서까래. 추녀로 갈수록 촘촘해지지 않고 같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붕의 곡선도 거의 차분한 편)



2. 배흘림 기둥

배흘림 기둥이란 단면이 원형인 기둥 중 허리부분의 지름을 가장 크게 하고 


기둥의 머리와 뿌리쪽은 상대적으로 가늘게 줄인 모양이 기둥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


이 배흘림 기둥은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엔타시스 기둥"의 형식에서 왔다는 썰이 있다.






이 배흘림 기둥은 그리스에서 시작되 대륙을 거쳐 한반도, 열도에도 전파되어 몇몇 고대 건축물들에서 확인되는데


(일본 나라 호류지의 배흘림 기둥. 호류지는 백제의 건축인들이 건너가 영향을 주었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어떤 이유에선가 10세기 이후 열도와 대륙에서는 사라져버려


한반도에서만 보이는 기둥의 특징이 되었다.



(고려시대 지어진 강릉 객사문의 배흘림 기둥)



이 배흘림 기둥의 특징은


원근과 지붕의 무게감에 의해 기둥의 가운데부분이 상대적으로 가늘어 보이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을 안정적으로 보이게하는 효과가 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의 배흘림 기둥.) 


이 배흘림 기둥은 특이하게도 


고려시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윗 사진들의 건축 모두 고려건축)


조선시대에 들어 불교를 탄압한 사대부들 때문인지


더이상 그 자취가 보이지 않게 된다. (사실 조선시대에 건축술이 전반적으로 퇴보하긴 했음 ㅅㅂ)



3. 귀솟음

기둥을 세우는 방법에도 고대 한반도의 목수들은 시점의 착각을 고려했다.


그 중 첫번째가 건물 모서리로 갈수록 기둥의 높이를 조금씩 높게한 "귀솟음" 기법이다.



(건물 모서리 양 끝단의 기둥이 가운데 기둥들보다 살짝 더 높다.)


이는 지붕의 선이 착각에 의해 처져 보이는 것에 대항하고 


처마에 더 곡선을 주기 편리해진다. 


사람의 눈은 중앙을 기준으로 시야의 끝으로 갈수록 좌우 상하가 퍼지는 것처럼 


왜곡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마치 카메라로 사진 찍을 때 프레임 가장자리로 갈수록 사물이 퍼져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또한 건물 모서리의 하중은 중앙보다 더 크기 때문에 (빨간색 네모)


모서리 기둥들의 높이를 높게하는 이 귀솟음 기법을 쓰면


중력에 의해 긴 세월동안 점점 아래로 쳐지는 처마를 보완한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어 나라 동대사는 2000톤에 달하는 거대한 지붕의 하중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19세기말쯤 처마 끝이 아래로 침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윗 사진의 빨간 선에서 알수있듯


건물 모퉁이의 기둥이 가운데 기둥들보다 살짝 높기에 


가로로 이어지는 목재도 그에 따라 살짝 위로 올라간것이 관찰된다.




건물의 크기와 기둥의 배치에 따라 주는 귀솟음에도 정해진 규격이 있는데 


여기선 그냥 그런것만 있다고 알고 넘어가자.





4. 안쏠림

모서리쪽의 바깥 기둥을 안쪽으로 살짝 기울여 세우는 기법이 안쏠림이다.


 

(건물 모퉁이 기둥들이 살짝 안으로 향해 기울어졌다.)


이 안쏠림이란 바깥 모서리 기둥을 안으로 기울여 세워서


약간 사다리꼴의 형태로 건물을 만들어


기둥상부가 벌어져 보이는 착시효과를 교정하고


동시에 안정감있어 보이는 외관을 만들어 내는 기법이다.



(귀솟음과 안쏠림 기법이 동시에 쓰인 경우)



또한 상부 지붕 하중에 의해 모퉁이의 기둥이 바깥쪽으로 밀릴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이점도 있다.




(지붕의 거대한 하중에 의해 바깥 기둥이 밖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


귀솟음과 안쏠림은 99프로의 경우 거의 같이 쓰였는데


이 두기법이 함께 이용되면


건물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건물 끝단이 퍼져보이는 착시감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매우 커진다.




윗 사진은 경북 안동 봉정사 극락전인데,


통일 신라 시대의 목조건축 양식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이다.


극락전 모서리의 기둥이 살짝 더 높고 각도도 안으로 향해 있음을 알 수 있다.




5. 안허리곡




안허리곡 기법은 기둥을 정확히 일렬로 놓는 것이 아니라


건물 모퉁이의 바깥쪽 기둥들을 살짝 밖으로 빼내 세우는 것을 뜻한다.


이는 큰 규모의 건물의 정면에 섰을때 


양 끝이 후방으로 살짝 들어가 보이는 착각을 교정하여


건물의 외관에 안정감을 주기위한 기법으로 여겨진다.




이 안허리곡 기법을 쓰면


지붕의 모양도 기둥의 배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퉁이의 처마를 바깥으로 길게 내빼기 수월해지는 이점도 있다.







즉 결론을 내리자면


한반도 건축은


건물 전체의, 기하학적인 형상의 균형, 윤곽선의 안정감을 추구해왔다.


이런 전체적인 건물의 안정감과 구조를 위해 


위와 같은 곡선 기법을 활용하여 착시를 방지하기도,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대 한반도 건축의 기법을 갖아 잘 나타낸 건물들은


충남 예산의 수덕사 대웅전, 경북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다.


둘다 14세기 고려때 지어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들이자 


위의 고대 건축기법을 가장 잘 살려낸 걸작들로도 평가받는다.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1308년 고려왕조때 지어짐.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1376년 고려왕조때 지어짐. 







오히려 조선시대에 이르러 기술을 천시한 조선의 사대부들의 의해


조선의 건축술은 뒷걸음질쳐 더 퇴보하고 만다.


전체적인 구조미로 봤을 때 오히려 고려의 건축보다 더 후져짐.


동시대 일본 열도의 목수들이 구조적으로 꾸준히 발전하는 동안 


조선은 아무런 발전도 없이 500년동안 한반도 건축은 정체기를 맞음 


한반도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물들이 조선이 아닌 고려때 건축물이란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건축공학의 입장에선 그냥 ㅈㄴ 한숨나오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반면의 일본의 목수들은 전체적인 균형보다는 


건축 세부의 섬세하고 정밀한 가공, 한치의 오차 없는 딱딱 떨어지는 배치를 통해


일본 건축의 특징을 만들어 냈는데 

하마를넣는법 세계사